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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현장 > "구제역 백신 부작용 심각..."농가 백신접종 기피 이유 있다"

수의대 교수들 "정부, 농가에 맡긴 건 무책임한 처사"


[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구제역 백신접종 부작용을 둘러싼 논란이 격해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이 일제히 농가에게 구제역 백신접종을 맡긴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AI.구제역 확산방지특별위원회(위원장 김춘진, 이하 민주당 AI.구제역 특위)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한 전문가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수의사조차 쉽지 않은 구제역 백신 접종을 농가에게 맡긴다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입을 모았다.


서울대 수의과대학 수의병리학전공 채찬희 교수는 “현행 백신접종 규정에 따르면 50마리미만 사육 농가에 대해선 공수의사가 접종을 지원하도록 되어있다”면서 “수의사도 접종하기 어려운 구제역 예방접종을 농가에 떠넘겼다가 부실 접종을 유발, 백신접종 기피현상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채 교수는 “백신을 농가에서 구입해 냉장고에 보관하면 살얼음이 생기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백신은 아무런 효과가 없는 물백신이 되고 만다”면서 “이런 보관 문제가 결국 물백신 논란으로 이어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사육마리수에 관계없이 수의사의 구제역 예방·백신의 관리와 감독에 만전을 다하고 공수의사 제도를 확대해서 모든 농가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며 “농식품부에서 지역축협에 이르기까지 백접 접종 매뉴얼이 제각각이어서 농가 혼란을 부추기고 있는데 정확하고 쉬운 구제역 백신접종 매뉴얼을 제작해서 누구나 같은 접종방법을 이용해서 동일한 접종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국대 수의과대학 수의면역학전공 류영수 교수는 “선진국의 경우 농장마다 계약을 맺은 전담 수의사가 1주일에 한 번씩 농장을 방문해서 농장 예찰을 실시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또한 수의사를 육성해서 농장주치의제도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내에선 야외(NSP)바이러스 항체 계속 발병하고 있어 사후관리식 단순 살처분 보다 백신 개발·접종 강화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면서 “가축 전염병에 대한 북한 발병정보를 입수하고 아시아 실태를 파악해서 백신뱅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북대 수의과대학 수의면역학 전공 조호성 교수는 “구제역 백신접종과정에서 몇몇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 사실”이라면서 “수의사가 직접 백신을 접종하는 것과 농가가 접종하는 것은 차이가 있다. 수의사와 농장간 연계가 이뤄지지 않아 백신접종이 정확하게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방역 현장에 수의사들이 적은 이유는 처우가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 의사들의 경우 6급으로 임용되는 데 비해 9급으로 수의사 채용공고를 내는 지자체들이 있는 실정”이라며 “공공방역 현장에서 일하는 수의사들을 늘리려면 6년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같은 면허를 갖고 있는 수의대 졸업생들과 어느 정도 처우를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특히 “AI나 구제역 등을 야생동물이 옮기는 경우가 적잖은데 야생동물 분야는 환경부 소관이고 가축은 농식품부 업무 영역이어서 업무처리가 원활하지 않다”며 “이런 중복 업무 분야를 나누기 보다는 일원화해서 정보 교류와 업무 추진을 원활하게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농촌현장에서 수의사로 일해 왔다”는 이성권씨는 “수의사가 백신접종을 제대로 하려면 3년이상의 경험을 쌓아야 한다”며 “강제 접종은 부작용 우려가 많아서 백신을 접종하기 전 소·돼지의 건강상태를 면밀하게 체크해야 하는데 일선 농가들 입장에선 너무 버거운 일”이라고 말했다.


김현권 의원은 “정부 당국이 왜 구제역 바이러스 토착화 사실을 쉬쉬해 왔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라며 “그런 사실을 미리 농가들에게 알렸더라면 백신접종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였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 “실제로 구제역 백신을 접종한 결과 부작용이 심했다. 유산은 물론이고 새로 태어난 송아지들이 너무 약해서 곤욕을 치렀다”면서 농가들의 백신접종을 기피하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현재 농촌에는 70대 이상을 비롯해 나이 든 수의사들이 대부분”이라면서 “젊은 수의사들이 농촌에서 일할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 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춘진 민주당 AI‧구제역특위 위원장은 이에 대해 “수의사 인력을 육성하고 수의방역 조직을 확충하는데 동의한다”며 "구제역 대책은 사후관리가 아닌 예방을 위한 예찰체계로 전화해야 한다"며 "농가들을 상대로 한 백신접종 교육과 안내는 미흡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부처간 업무중복 문제를해소하고 가축방역 업무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선 정부 부처간 업무 협의와 조직 재정비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전문가들이 나서서 정부 당국과 정치권에 많은 조언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