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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유통기한 제각각 안전성 놓고 논란...정부는 '수수방관'

"산란일, 세척여부, 장기보관 이력 등 정보 확인 방법 없어"
"풀무원 등 대기업 영업신고 없이 자사상표만 표시 책임회피"
식약처, 보관.유통조건 등 적정 유통기한 설정 가이드라인 검토


[푸드투데이 = 황인선 기자]  조류인플루엔자(AI) 영향으로 지난주부터 미국산 계란이 수입돼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안전성을 놓고 논란이 계속되는데 정부는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AI로 인해 국내 계란 수급이 원활하지 않자 미국 등에서 계란 수입을 추진, 지난주부터 서울과 수도권 매장에서 판매중이다. 연일 폭등하는 계란 가격 안정에는 도움됐지만 문제는 유통기한. 국내에도 아직 계란에 대한 유통기한 규정이 없는 실정이다 보니 미국산 계란의 유통기한은 수입 업체마다 제각각인 실정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산란일이 아닌 포장일을 기준으로 계란 유통기한을 설정하게 돼 있지만 명확한 규정은 없다. 수집상을 거치는 과정에서 산란일, 세척여부, 장기보관 이력 등 계란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미국산 계란의 경우도 수입업자가 자율적으로 표기하도록 돼 있다. 국내에 유통되는 계란의 유통기한은 통상 20~35일이다. 미국은 보통 산란일로부터 30~45일을 유통기한으로 보고 있다.


반면 일본은 산란일을 기준으로 상미기한을 25℃이하 14일 냉장유통 21일로 규정하고 이 기간을 넘긴 계란은 가공용으로 사용한다. 독일은 산란일 기준으로 29일 이내로 표시한다. 다만 산란일로부터 21일 경과하면 소비자 판매가 불가능하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현권 의원은 "큐티클망 손상을 초래해 세균감염을 유발할 수 있는 세척을 했거나, 변질 등을 초래할 우려가 큰 장기보관 계란은 10℃아래로 유통돼야 하지만 대부분 실온에서 팔리고 있다"며 "CJ, 풀무원 등 대기업 또한 일부 세척 계란을 실온으로 유통·판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작성된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내부 문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계란 100개중 금이 간 실금란은 20개에 달한다. 이중 14개는 금이 간 상태를 눈으로 확인할 수 없다. 특히 금이 간 상태로 시중에 아무런 제재없어 유통·판매되고 계란은 100개를 기준으로 5개에 이른다. 


여기에 선선한 계란을 소비자가 구매하기까지 냉장보관을 위한 냉장유통스시템 구축이 필요하지만 양계농가 대부분이 영세하다보니 이 시스템을 구축하기란 쉽지 않다.


김 의원은 "CJ, 풀무원 등 대기업은 별도의 영업신고(수집 판매업)없이 자사 상표와 판매원만을 표시해 해당제품에 대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책임을 회피할 수 있는 여지를 두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신선란만 문제가 아니다. 계란 가공 역시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하고 "관내 급식소, 음식점, 제과점 등으로 계란 가공품을 유통시키고 있는 소규모 계란 가공공장은 대부분 비위생적인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다. 현재 알가공품(액란)의 경우 원료(계란) 시세보다 생산 판매가격이 더 낮게 형성돼 있어 비정상적인 불량계란을 사용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정책 수립의 기초인 계란 생산 통계마저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농림축산식품부는 김현권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자료에서 "계란 생산량과 유통량에 대한 정보가 부재해서 수급조절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6월말 같은 보고서에서 하루 계란 생산량을 4000만개 또는 5000만개와 같이 큰 편차가 나는 생산 통계를 혼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김 의원은 “정부가 문제점과 대책을 뻔히 알고도 개선은 커녕 국민을 속이려 한다"며 "이러면 계란 대란은 반복할 수 밖에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현재 우리나라로 수입되는 신선계란에 대해서도 계란의 세척여부 및 보관조건 등에 따라 동일한 원칙으로 유통기한을 설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일상적인 유통기한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유통기한 설정이 적절한지 사유서를 검토해 통관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식약처는 또 "안전한 계란이 식탁에 오를 수 있도록 보관 및 유통조건 등에 따라 적정한 유통기한이 설정·운영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으며 농식품부도 이와 관련해 특별한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