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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한판에 만원시대...정부 수입대책 "면피용 처방"

산란계.계란 긴급 할당관세 적용, 제한적 계란 반출 완화
관세 면제해도 미국산 계란한판에 3만2000원 "현실성 없다"
가공식품 원료용 계란 시장 수입산 잠식 우려, 농가 타격


[푸드투데이 = 황인선 기자]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한 계란값 폭등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정부가 부랴부랴 대책 마련이 나섰다. 그러나 면피용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것이라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정부는 23일 기획재정부 최상목 제1차관 주재로 '범정부 비상경제대응 TF'회의를 개최하고 계란가격 안정을 위해 할당관세를 적용해 계란수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수입을 지원하기 위해 산란계와 계란에 긴급 할당 관세를 적용, 27% 관세율을 물리지 않을 방침이다.


또한 수급불안 대응책으로 철저한 방역 원칙하에 제한적으로 계란 반출을 완화키로 했다. 방역에 무리가 없는 조건에서 이를 완화하고 전용차량이 있는 농가는 차량소독 뒤 환적장을 통한 반출횟수를 확대키로 한 것이다.


문제는 실효성이다. 항공기로 들여와야 하는데 정부가 항공운송비 지원한다고 해도 비싼 운임료를 감당할 민간 업체가 있을것 인가 하는 것이다. 또한 정부가 수입국으로 검토 중인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 5개국의 계란 가격은 우리나라보다 비싸다.



관세청 무역통계자료에 따르면 AI 발병 보고가 1월부터 11월까지 계속된 지난 2014년 6월부터 9월까지 미국산 달걀(HS상품분류번호 0407210000)이 10만4000달러어치 4694kg이 수입됐다. 이는 수입단가 대란 30알 기준 4만원에 달해 국산 달걀 값보다 예닐곱 배가 비싸다.


관세율 27%를 면제해 준다고 해도 30알에 3만2000원 정도라는 계산이 나온다. 늑장대응에 현실성 없는 일회성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여기에 가공식품 원료용 계란 시장을 갉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농해수위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은 "정부가 달걀 수입을 적극 추진한다면 껍질이 붙어 있는 생달걀보다 껍질을 벗겨낸 액란 상태나 달걀 노른자위, 또는 1차 가공을 거친 달걀 등이 제과·제빵용, 가공식품 원료용으로 많이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의 달걀 수입정책이 가공용 달걀 시장을 외국산에 내주는 계기가 돼서 달걀농장에 큰 타격을 주지나 않을지 걱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관세청 무역통계자료에 따르면 올해 이탈리아, 중국, 미국 등지에서 껍질이 붙지 않은 새의 알과 알의 노른자위가 각각 320톤, 95만3000달러 어치가 수입됐다. 이 품목의 수입단가는 대란 30알 기준 5350원 정도로 국산 달걀과 비교해서 타산성이 있다.



국내 적잖은 계란농장들이 생계란과 가공용 원료 계란 공급을 병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가공용 계란 시장이 외국산에 잠식될 경우 계란농장들이 경영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농가와 계란유통소상공인들도 반대하고 있다.


대한양계협회는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극히 제한된 국가에서 비행기로 들여올 경우 운송료 때문에 소위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 된다"며 "수입에 필요한 각 행정절차를 거칠 경우 상당기간이 소요된다. 수입 시기를 잘못 정할 경우 오히려 계란수급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반대 입장을 전했다.


한 계란유통소상인은 "정부가 계란을 수입해서 들여온다 해도 일반 상인한테까지 올것 같지 않다"며 "현재도 농장에 가격을 더 준다하고해도 계란을 살 수가 없다. 부르는게 값이다. 대기업들이 웃돈에 웃돈을 더해 계란을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농해수위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빵값이 오를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가 계란을 수입하려고 한다면 빵값이 들썩거리는 시기에 가서 생각해봐도 문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지금 수입을 할 정도로 계란이 모자를지 의문스럽다"며 "모든 농축산물의 가격 폭등의 원인을 보면 창고에 쌓아두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 부분을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계란값은 앞으로도 계속 오를 전망이다. 농장들이 계속해서 농장 출고가를 인상할 방침에 따라 30개들이 계란 한판 가격이 곧 1만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한 계란 농장은 "현재 10% 인상했고 1월 1일부터 추가 15%인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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