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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박자 행정' 농식품부-지자체, AI인체감염 대책 있나

세종시, 전동면 중점관리지역서 배제...검역본부 AI예방통제센터 파악도 못해
예찰검사 미흡 AI감염 닭.달걀 대형마트, 제과.제빵 등 대량 유통사태 불러


[푸드투데이 = 황인선 기자]   역대 사상 최악의 사태를 맞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인체감염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전국 AI통제를 도맡고 있는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일선 지자체와 소통이 원활치 않는 등 중앙에서 추진하는 방역 정책과 조치가 실제 현장에서 적용되고 있는지 제대로 파악조차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정부·지자체의 AI중점방역관리지구 선정이 적잖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AI감염 닭과 달걀이 시중 대형마트, 제과.제빵용으로 대량 유통된 것도 이같은 정부의 엇박자 행정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재수)는 11월 20일 AI중점관리지구내 가금류 AI일제 검사를 11월21일부터 12월 4일까지 실시하도록 조치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AI예방통제센터는 당시 "AI중점관리지구속에 문제의 세종시 양계농장이 포함돼 있으며 닭 농장의 경우 매일같이 임상검사를 진행하도록 돼 있었다"면서 "실제 추진계획을 어떻게 수립하고 집행했는지 세종시 당국을 통해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AI예방통제센터 말대로 라면 AI가 발병한 전동면 보덕리 보성(양계)농장은 11월 21일부터 12월 4일까지 매일같이 방역당국의 임상조사를 받아야 했다. 공교롭게도 보성농장은 방역당국의 임상조사가 진행됐던 지난달 24일~25일간 산란닭 10만마리를 비롯한 닭과 달걀을 팔고 난 다음날인 26일 AI의심신고를 했으며 이후 AI확진까지 받았다.


문제의 보성농장은 세종시 전동면 제1농장에 이어 AI중점방역관리지역인 세종시 소정면, 그리고 천안시 등 제2농장, 제3농장, 제5농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농장이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국회에 보고한 고병원성 AI방역의 대표적인 조치사항중 하나인 AI중점방역관리지구내 가금류 AI일제 검사 대상 농장에서 AI검사가 매일 이뤄지던 때에 하필이면 질병 확산과 인체 감염을 불러 올 수 있는 AI감염 산란 닭과 달걀이 대량으로 유통된 셈이다.  



14일동안 추진된 방역당국의 AI중점방역관리지구내 가금류 AI일제 검사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방역 담당자가 문제의 양계농장을 방문해서 닭의 상태를 진단하고 농장주와 소통해서 산란닭 10만마리 처분후 의심신고와 같은 일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세종시 담당자는 전동면은 AI중점방역관리지구가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AI예방통제센터는 전동면이 AI중점방역관리지구에 속하는지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셈이다.
 


반면 이번에 AI가 발생한 전동면 보덕리 보성농장은 고병원성 AI발생위험이 큰 철새도래지 인근에 위치한데다 세종시 당국 또한 얼마전 전동면 양계농장에서 AI현장대책회의를 개최한 것을 비롯해 여러가지 면에서 전동면이 AI중점방역관리지구에서 제외된 것은 쉽사리 납득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현행 '가축전염병 예방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따르면 중점방역관리지구는 ▲고병원성 AI 발생위험이 큰 철새도래지 반경 10㎞이내 ▲제1종 가축전염병이 최근 5년 이내 2회이상 발생한 지역 ▲축산농가가 반경 500m 이내에 10호 이상 또는 1㎞ 이내에 20호 이상인 지역이 해당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AI방역관리지구 지정 및 운영계획’에서 위 규정에 따라 중점방역관리지구 325개소를 지정하고 AI발생 위험이 높은 철새도래지 반경 10km 이내 지역 288개소를 선정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해당하는 철새도래지는 107개소로 철새 분변 및 야생조류 포획 검사를 위한 지역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11월 18일 전동면 보성농장 제1농장에서 10km정도 떨어진 미호천에서 채취한 야생조류 분변에서 AI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문제의 보성농장이 위치한 전동면 보덕리는 인근에 흐르는 조천천과 철새가 많이 찾기로 이름난 미호천이 합류하는 철새도래지로부터 10km내에 위치한 곳인데다 세종시에선 보기드문 대형 양계농장으로 AI에 취약한 지역이다. 실제로 AI가 덮치기전인 10월 20일 세종시는 구제역·AI특별방역기간을 맞아 전동면 양계농장에서 현장방역 실태 점검 및 대책회의를 가진 바 있다.
 

전동면에서 AI가 기승을 부린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4년 3월 전동면 노장리 양계농장에선 폐사한 닭의 부검결과 AI양성 반응이 나타나 병성감정을 받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세종시 당국은 이 지역에 철새로 인해 AI발병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춘희 세종시장은 1일 정례브리핑에서“전동면 보덕리에서 AI가 발생한 것은 주변 하천 철새들 때문으로 보인다”며“하천 주변에 철새들이 서식하기에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전동면이 철새떼에 의한 AI발병 위험이 높다고 판단한 것은 세종시만이 아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올 11월 AI(H5N6)발생농장 빅데이터 분석 결과 보고자료에서 소정면, 전의면과 함께 전동면을 세종시에서 AI발생 위험도가 높은 지역으로 꼽았다.


세종시 산림축산과 담당자는 이에 대해 “전동면 보성농장 제1농장이 철새가 많이 드나드는 미호천과 조천천 합류지점으로부터 10km이내에 있는 것은 맞지만 농식품부가 공식 지정한 철새도래지가 아니어서 중점관리지역에는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매일같이 방문예찰이 이뤄진 것은 아니지만 보성농장의 경우 주 2회 방문예찰을 진행했다. 11월 24일 예찰을 했는데 그 당시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일각에선 고의로 의심신고전에 닭과 달걀을 서둘러 출하했다고 하는데 뭣하러 농가에서 마리당 1000원이상 보상 받을 수 있는데 500원에 팔겠느냐”면서 “달걀 또한 보상 값에 미치지 못하는 돈을 받으러 서둘러 팔 일이 없었고 AI감염 사실을 농가가 미리 알았더라면 산란 닭을 팔면서 병아리를 사들였을 이유도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렇지만 보성농장 제1농장은 통상 산란닭 농장이 90주령 이상의 노계를 출하하는 것과는 달리 달걀 생산이 왕성한 57주령 산란 닭을 팔았다는 점, 그리고 11월 26일부터 27일까지 이뤄진 전국적인 이동제한조치에 앞서 11월 24일부터 25일까지 닭과 달걀을 대량으로 거래했다는 점 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한 실정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4일과 25일 유통된 산란노계 10만마리는 하루 정도 도계장에서 계류된 뒤 수출용으로 작업돼서 냉장 상태로 보관중이던 것을 AI확진 판정이 난 11월 28일 전량 폐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제의 10만 마리중 6만마리가 실려간 도계장이 위치한 경기 파주시에선 적은 양이긴 하지만 폐기되기전 상인이 문제의 닭 수백마리를 사갔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을 빚고 있다.


전동면 양계농장에서 11월 24일과 25일 외부로 반출된 산란 닭 10만마리는 수출용 노계 도계장이 위치한 경기 파주시와 전남 여수시로 빠져 나간 것으로 알려져 AI감염 닭을 실은 운반차량이 고속도로 등을 통해서 전국을 누비다시피하며 AI를 확산시켰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농식품부는 전동면 양계농장에서 생산된 달걀 288만개 중 90%이상은 이미 대형마트 등을 통해서 유통됐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전동면 양계농장에서 생산된 달걀은 단순히 대형마트 뿐만 아니라 액란 상태로 제과.제빵용으로도 상당량이 쓰였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해당 농장은 제과.제빵용으로도 달걀을 납품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사실상 AI방역은 실패했음을 인정해야 할 단계에 이르렀다. 불통에다 뒤죽박죽 방역행정이 결국 인체감염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몰고 오지나 않을지 걱정”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AI방역 실패를 하나 하나 짚어서 다시는 이런 참극을 빚지 않도록 다음 정부는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특히 "이번 세종시 AI닭 달걀 유통사건은 정부 지자체가 AI방역을 위해서 지정한 AI중점방역관리지구 선정의 문제점을 드러낸 사례"라며 "문제의 농장은 11월18일 야생조류 분변에서 AI가 검출된 미호천에서 불과 10km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했음에도 중점관리지역에 포함되지 않아 예찰검사가 수시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종시 시장은 이번 AI발병의 원인을 인근 하천의 철새라고 못박았음에도 이 농장은 중점방역관리지구에서 빠졌다"면서 "농식품부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세종시에서도 전동면을 AI발생 위험도가 높은 지역으로 분류했다. 중앙와 지방의 따로 노는 방역행정은 결국 AI감염된 닭과 달걀이 운반차량에 실려 경기 파주시와 전남 여수시를 가로지르게 하는 원인을 제공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나사풀린 행정이 2000만마리의 가축을 죽이고 이제 국민 건강마저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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