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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할랄축산물 공급망 정비 시급하다

장건 한국할랄산업연구원장

무슬림들은 돼지고기는 금기시되어 있기 때문에 양고기와 닭고기, 그리고 소고기와 같은 육류를 많이 섭취한다. 양고기의 경우 국내에서 할랄식 도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거의 전량을 호주 및 뉴질랜드에서 수입하고 있으며 닭고기의 경우는 브라질에서 수입하거나 전용 할랄도계장이 부재한 상태에서 국내산 닭을 전국 도처에 산재해 있는 도계장을 빌려 할랄식으로 도축해 공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닭고기의 경우 일반도계장들이 임대를 꺼려하고 있기 때문에 한 달에 한번 내지 두 번 일반도계장에서 작업을 시작하기 전인 오전 8시에서 9시까지 무슬림 2명 내지 3명이 1시간 정도 작업을 하는데 대략 약 3,000마리 정도를 도축한다고 한다.


소고기의 경우는 그 수요량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국내 체류 무슬림들이 비정기적으로 도축장을 빌려 도축을 하고 있다. 이렇게 도축되어서 유통되고 있는 육류는 무슬림 간에 할랄성을 보장해주고 있다고 서로 믿고는 있지만 과연 이 육류들이 할랄성을 담보해 줄 것이라는 확신은 없는 상태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내년도에는 이미 식약처에서 고시한 바와 같이 할랄육류를 포함한 모든 할랄제품들이 국내 유통은 물론 표시 또는 광고가 허용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할랄축산물 공급망을 시급하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대표적인 할랄육류는 닭과 소, 양이며 국내 할랄축산물 공급망은 도축 및 도매-소매(할랄마트)-할랄식당 및 소비의 3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공급망의 첫 단계인 할랄도축장이 설립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수입육을 제외한 육류의 경우 합법적으로 유통되지 않고 국내에 체류중인 무슬림들이 도축장을 임대해 할랄식으로 도축을 한 후 불법으로 유통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국내의 할랄육류 유통망을 보면 직원 3-5명 정도의 5-6개의 소형업체들이 도축과 도매상을 겸한 상태에서 첫 단계 유통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들 업체들이 할랄마트 등의 소매상 및 할랄식당, 그리고 기도소인 무살라를 통해 최종소비자인 무슬림들에게 공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할랄공급망에 있어서 임도축 및 도매부문에 종사하는 업체가 할랄 육류 유통을 주도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으며 육류 도축 및 식자재 공급망은 파키스탄 무슬림들이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실제 도축을 하는 이들 무슬림들이 공식적인 무슬림 도축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 장치가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으며 국내에서 유일한 할랄인증기관으로 간주되고 있는 KMF(한국이슬람교중앙회)도 할랄도축장 인증에 대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또한 정부도 할랄육 생산을 위해 할랄도축장을 설립을 지원한다는 발표를 하였지만 그 이후 진전되고 있지 않으며 할랄육류 공급 프로그램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할랄축산물의 최고 선도국 중의 하나인 호주의 경우 국제적으로 공신력을 확보한 할랄유통망을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수출에 특화한 결과 브라질, 인도에 이어 세계 3위의 할랄육류 수출국이라는 위상을 갖고 있다. 호주는 전체 인구의 1.7%에 불과한 비 무슬림 국가이지만 1982년부터 정부가 주도하는 할랄프로그램(AGAHP)을 채택하고 그 틀에서 호주정부와 할랄인증기관과 도축장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됨으로써 수출에 있어서의 공신력을 확보하고 있다.


정부가 할랄인증기관과 함께 무슬림도축육 증명서를 발급하고, 정부가 주도하는 할랄프로그램에 할랄인증기관이 참여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할랄인증기관은 26개에 달하고 있다.


할랄인증기관은 연 4회에 걸친 도축자에 대한 관리와 도축장에 대한 모니터링 등 도축장에 대한 심사를 하고 있으며, 모든 수출용 할랄육류에 대해 할랄인증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도축장에 최소 2인의 호주정부 소속 공무원들이 상주하면서 동물의 위생과 사후 도체검사를 하는 등 정부가 도축장과 할랄인증기관에 대해 엄격하게 개입함으로써 국제적인 공신력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도축된 할랄육류는 발골장, 냉장시설, 운송회사 등으로 이동하는데 이동 단계마다 육류이전인증서의 발행을 의무화하고 있다.

최종 수출용 할랄육류증명서를 발행하기 위해서는 모든 이전 단계의 육류이전증명서를 첨부토록 의무화함으로써 할랄육류의 추적성을 철저하게 확보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 생산되는 양고기의 85%, 소고기의 60% 이상이 할랄육류이며 생산육류 가운데  85%를 수출하고 15%가 국내에서 소비되고 있다. 수출의 경우 반드시 호주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아야만 하며 수출면허를 취득한 도축장에서 직접 수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할랄육류는 도축장에서 처리시설을 거치고 도소매 단계를 거쳐 소비자에게 공급된다.


이 과정에서 주목되는 것은 소매단계에서 정육점이 활성화되어 있으며 대형 할인마트에서 비할랄육류와 함께 할랄육류 코너를 설치해서 공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할랄육류 공급망의 첫 단계인 할랄도축장이 설립되면 다음 단계들인 도소매 및 소비자로 연결되는 유통망이 체계적으로 구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는 일부 무슬림들에 의해 할랄유통망이 구축됨으로써 신뢰에 있어서도 문제를 야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산 및 유통업체들도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도축장의 시급한 설립은 국내에서 유통되는 할랄육류의 합법성을 보장해줄 뿐만 아니라 국내 유통망을 고도화시킴과 더불어 육류 수출의 단초를 마련해 줄 것이다.


또한 도축된 고기가 가치사슬의 첫 단계인 원료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전용 할랄도축장에서 도축한 육류를 원료로 생산한 할랄제품의 국내 유통과 함께 수출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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