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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학교급식 안전, 정치 도구화 빌미로 삼아선 안돼

국가교육국민감시단 김정욱 사무총장

2006년에 학교급식 집단 식중독 발생 사태가 온 나라를 들끓게 한 적이 있다. 당시 교육부는 학교급식을 학교장 직영으로 바꾸어 책임성을 강화하겠다는 대책을 마련했고, 정치권은 직영급식을 원칙으로 하는 학교급식법 전면개정안을 서둘러 통과시켰다. 

하지만 그 후에도 식중독 발생은 줄어들지 않았다. 해마다 수십 개 학교에서 집단 식중독이 발생해 왔고 매년 3천 명에서 5천 명의 환자 발생 규모를 유지해 왔다. 국정감사 때마다 국회의원 요구 자료로 내놓은 교육부의 통계가 이를 입증한다.

금년에 와서 학교급식에서 식중독이 발생했다는 보도가 유독 많았다. 식중독 발생규모는 한 해도 줄어든 적이 없는데 금년에만 더 크게 문제시되고 있다. 그러더니 급기야 학교급식법 개정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2006년도와 판박이같이 비슷한 상황이다. 2006년에 급식법 개정에 적극 나섰던 세력이 금년에도 똑같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식중독 사고를 빌미로 2006년처럼 법 개정을 들고 나왔다.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이하 풀뿌리연대) 소속 좌파 시민단체들과 대한영양사협회가 그들이다.  

문제는 그들이 주장하는 법 개정 내용들이 실제로는 식중독과 무관하다는 사실이다. 2006년도에도 그랬고 금년에도 마찬가지다. 10년 전 법을 바꿔 학교급식을 직영으로 전환했고 수천 명의 영양사를 국가가 영양 교사로 임용했다. 하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식중독 사고는 여전하다. 

식중독 사고는 줄지 않았는데 법 개정의 혜택은 엉뚱한 사람들이 누렸다.

첫째, 학교급식 직영체제는 10여만 명의 조리 종사원을 학교가 직접 고용하게 했다. 거대한 비정규직 노조가 탄생했다. 민노총에 가입한 비정규직 노조는 학교 현장에 노동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해마다 파업이 벌어지고, 심지어 식당 아주머니들이 구호가 담긴 머리띠를 두른 채 어린 학생들에게 배식하기도 한다. 학교 내 노동쟁의가 일상화되고 있다.

둘째, 지난 10년간 교육부는 학교 조리시설과 직영식당을 위해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부었고 수천 명의 영양사를 영양교사로 임용했다. 영양사들은 62세 정년을 보장하는 정교사로 신분이 올라가는 평생의 꿈이 이루어졌다. 국가예산의 압박은 단지 식재료 비만의 문제가 아니다.

셋째, 좌파 시민단체들은 학교장 직영체제를 빌미로 무상급식과 친환경농산물을 식재료로 사용하라는 압력을 지속적으로 행사하고 있다. 친환경농산물을 고리로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한국카톨릭농민회 등과 좌파 성향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런 것들이 2006년 학교급식법을 개정한 후 지난 10년간 달라진 것들이다. 그러나 법 개정을 촉발했던 학교급식 집단 식중독 사태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누구를 위한 학교급식법 개정이었는지... 누구를 위한 학교급식 직영전환이었는지 알 길이 없다. 학교급식 안전성과 직영급식정책은 전혀 인과관계가 없음이 확인된 셈이다.

그런데 같은 사람들이 금년에 다시 등장했다. 이들이 학교급식 안전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부르짖지만 알고 보면 식중독 사고와는 전혀 무관한 주장들뿐이다. 

먼저 풀뿌리연대의 주장을 살펴보자. 모두 3가지를 법제화하여 의무적으로 시행하자고 한다. 1) 학교급식 친환경(GMO없는)농산물 사용 의무화, 2) 정부와 지자체가 각 50%씩 학교급식비 100% 국가지원, 3) 학교급식 식재료 공급의 대단위 공공조달시스템 구축이다. 자치단체별로 시행하고 있는 친환경무상급식을 국가가 나서서 법제화하여 시행하자는 주장이다. 

다음 대한영양사협회의 주장을 살펴보자. 지난 21일 국회토론회에서 ▲학교급식 전문가(영양사)에 의한 운영평가 및 위생․안전점검 ▲교육급식 실현을 위한 급식학교 영양 교사 배치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 전문인력(영양교육 전문직원) 배치 ▲영양(교)사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연수 실시 ▲영양(교)사 행정업무 등의 업무경감을 위한 지원 등을 주장했다.

독자들이 이들 주장의 속내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어이가 없음을 알게 될 것이다. 단언하건대 이들의 주장대로 하다가는 학교급식의 비효율은 극에 달할 것이고 국가 예산은 고갈될 것이며 결국 급식의 질과 안전성은 더욱 떨어질 것이다. 식중독 사고 역시 해마다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모든 가정에서 생수를 마신다. 일부 회사의 제품에서 대장균이 검출되었다면 다른 회사 제품을 사서 마시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 일부 회사의 제품이 안전하지 않다고 해서 앞으로는 각 가정에서 직접 안전한 생수를 제조하여 마시라고 정부가 강조한다면 얼마나 비상식적인 일이겠는가? 2006년도 학교급식 직영정책이 이처럼 말도 안 되는 조치였다.

필자의 견해로는 학교급식을 직영에서 위탁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문제해결책이다. 학교현장에서 학교장이나 학부모들이 자율적으로 운영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만든다면 직영과 위탁이 서로 경쟁하며 학교급식의 안전성과 품질을 높일 것이다. 이제는 정상으로 돌릴 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