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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치약 파동 되풀이...식약처 또 '뒷북'

소비자들, 서경배 회장.손문기 처장 등 형사 고발
식약처, 유통경로 등 파악 안돼...관리.감독 방치해
아모레퍼시픽, "몰랐다" 제조사 미원상사에 떠넘기기

아모레퍼시픽(회장 서경배)의 치약에서 가습기살균제 성분이 검출된 것과 관련해 일부 소비자들이 회사와 정부를 상대로 고발에 나서는 등 파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8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소비자 14명은 이날 오후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과 심상배 사장, 원료 공급사인 미원상사 관계자, 손문기 식품의약품안전처장 및 담당 공무원에 대한 형사고발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이들은 별도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할 예정이다.


이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네스트로는 "서경배 회장 등에 대해 약사법 위반과 형법상 직무유기 등 혐의가 있다"며 "식약처의 심사규정을 보면 치약보존제의 종류.함량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는데 아모레퍼시픽이 허가되지 않은 CMIT/MIT(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메칠이소치아졸리논) 성분이 치약에 들어있는 것을 알면서 만들어 팔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메디안 치약의 시장점유율이 20%, 송염 치약이 5%가량인 점을 고려하면 전 국민의 4분의 1이 잠재적 피해자"라고 주장했다.


미원상사 역시 CMIT/MIT가 들어간 12개의 제품을 치약과 구강청결제 등의 용도로 제작해 국내외 30개 업체에 연간 3000톤 가량을 납품했기 때문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약사법은 국민보건에 위해를 줬거나 줄 염려가 있는 의약품 등과 그 효능이 없다고 인정되는 의약품 등을 제조.수입 또는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네스트로는 또 "아모레퍼시픽은 치약에 문제가 되는 성분이 있음을 알면서도 계속 판매했고 사태가 커진 것은 식약처가 직무유기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행 형법은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직무를 유기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3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주무부처 식약처, "안전하다" 말만 되풀이...유통경로도 파악 안돼


식품의약품안전처(처장 손문기)가 아모레퍼시픽의 메디안.송염 등 치약제품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27일 공식 발표했지만 뒷북 행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식약처는 치약에 허용이 금지된 CMIT/MIT 보존제가 함유된 아모레퍼시픽 치약 11종 제품 회수와 관련해 배포한 질의응답 설명자료를 통해 "회수 제품 내에 잔류될 수 있는 양은 0.0044ppm으로 유럽 기준(15ppm)과 비교할 때 매우 낮은 수준으로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가습기 살균제 독성물질이 함유된 미원상사의 원료를 사용한 업체는 아모레퍼시픽 외에 30여곳이나 더 있다. 식약처는 이들 30개 업체에 대해 뒤늦게 현장조사에 나섰고 의약외품 등으로 관리가 필요한 치약.화장품.구강청결제(가글액) 제조사는 10여 곳이라고 밝혔다.


문제 성분을 기준치 이상 사용했는지 등 이들 업체에 대한 추가적인 법규 위반 여부는 추가 조사를 해봐야 한다는게 식약처의 입장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CMIT/MIT는 세균 번식을 막는 보존제 목적으로 사용하는 성분으로 화장품, 의약외품 중 씻어내는 제품에는 최대 15ppm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다만 치약에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식약처는 "CMIT/MIT에 대한 위해평가 결과, 알러지 등 피부자극 반응 유발 등에 대한 우려가 있어 화장품 및 의약외품 중 씻어내는 제품에 15ppm까지 사용하도록 기준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제조사, 대형마트 등에는 문제의 치약을 사용한 소비자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는 상황인데도 식약처는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치약같이 입에 들어가는 제품에는 이 물질을 사용을 금지하도록 기준을 만들어 놓고 극소량이라 안전하다는 식약처가 스스로 기준과 위배되는 설명을 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독성물질이 들어간 치약이 무방비로 유통되기까지 주무부처인 식약처에서는 아무런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이번 논란은 식약처 자체 조사를 통해 밝혀진 것이 아닌 이정미 의원실에서 미국 식약청(FDA) 자료를 역추적해 밝해 냈다. 이정미 의원실은 CMIT/MIT 원료를 아모레퍼시픽에 납품한 미원상사를 알게 됐고 아모레퍼시픽이 미국에 치약을 수출한다는 것을 이용해 미국 식약청 자료를 통해 CMIT/MIT가 들어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제조사인 미원상사도 해당 물질을 치약 성분으로 쓰면 안된다는 걸 몰랐다고 해명했고 아모레퍼시픽 역시 미원상사가 제공했던 원료 물질에 독성 물질이 들어 있는지 몰랐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지난 2014년 현 정무수석인 당시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치약에 발암물질이 들어있다고 주장했을 때도 "인체에 무해하다"며 부인한 바 있다.


당시 김 의원은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국내 치약 1310개에서 파라벤 성분이, 73개에서는 트리클로산이 함유됐다고 했다. 김 의원은 "식약처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만 반복하고 늦장 대응으로 일관하는 것은 업체들의 이해관계에 끌려 다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었다.


당시에도 식약처는 파라벤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지 않았고 트리콜로산 성분은 아예 기준조차 정하고 있지 않았다.


식약처는 2년 가까이 지나 트리클로산의 치약 사용을 금지했고 파라벤은 사용 기준을 강화했다.


한편, 한편 문제가 된 제품의 반품은 구매시기, 사용여부, 영수증 소지 여부 등에 상관없이 가까운 대형마트 또는 아모레퍼시픽 고객상담실(080-023-5454)을 통한 교환 및 환불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