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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소아 한의원 소아 탈모논란 '새 국면'

대한모발학회, "도적강기탕 유전적 감수성 소아 탈모 촉발 가능성 배제할 수 없어"

 

[푸드투데이 황인선 기자]   함소아 한의원 한약 복용 후 전신탈모 부작용 논란이 한약이 원형탈모 발병에 촉발요인 됐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대한모발학회가 '도적강기탕'이 소아 환자에서 탈모를 일으킨 유일한 요인이라고 단정하는데는 한계가 있지만 유전적인 감수성을 가진 환자에서 원형탈모증 발병에 방아쇠를 당긴 촉발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대한모발학회는 모발 분야 전문학회로서 이번 논란 이후 처음으로 공식적인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논란은 생후 27개월 된 장 모 군이 소아전문 한의원 함소아의 '도적강기탕'이라는 한약을 복용한지 3일째 되는 날부터 머리가 빠지기 시작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함소아 한의원 측은 탈모는 자가면역질환이지 한약 때문에 발생한 질환이 아니라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원인을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대한모발학회는 지난 30일 의견서를 통해 "근거중심의학에 바탕을 둔 객관적인 견해를 밝히는 것이 사회적인 책무라고 생각돼 공식적인 의견을 밝히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하고 "정상적인 모낭은 면역반응으로부터 보호를 받는 소위 '면역특권'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원형탈모증은 다양한 유발인자에 의해 모낭의 '면역특권'이 소실돼 자가면역기전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유전적 감수성을 가진 환자에서 정신적 스트레스, 감염, 약물, 예방접종등 다양한 요인이 유발인자가 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특히 "원형탈모증과 약물과의 관련성을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는 매우 어려우나 약물투여 후 원형탈모증이 발생한 사례들이 흔하지는 않지만 문헌에 보고돼 있어 약물이 원형탈모증의 유발인자로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적강기탕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없는 관계로 특허청 홈페이지를 검색한 결과, 도적강기탕 에는 생지황·목통·현삼·전호·과루인·백복령·택사·수우각·형개·방풍·강활·독활·백작약·목단피·지유·백모근 등 16가지 성분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이를 근거로 관련 문헌을 검색해 보았으나 참고할 만한 논문이 부족했고 이들 중에서 원형탈모증을 유발시킬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성분을 구체적으로 특정하거나 도적강기탕이 원형탈모증을 일으킨 유일한 발병요인이라고 단정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문헌에 보고된 내용을 토대로 이들 개별성분의 면역학적 기능들을 확인한 결과, 항염작용이 있는 성분과 염증반응을 유도하는 성분들이 함께 포함돼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상호 반대되는 효능을 가진 성분들이 체내에서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 모발의 면역상태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다.


학회는 "세포 손상을 초래하는 세포사멸관련 성분이나 면역반응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고된 성분들이 함께 포함돼 있어 중복 또는 상승작용으로 과도한 면역반응을 유도해 모낭주위 염증반응을 일으킬 경우 원형탈모증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성인의 면역반응과 달리, 소아에서는 소량의 염증유발 물질이라 하더라도 유전적 감수성이 있는 사람에서 모낭주변의 '면역특권'이 급격히 무너지는 면역붕괴 현상이 나타나 원형탈모증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같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볼 때 '도적강기탕'이 유전적인 감수성을 가진 환자에서 원형탈모증의 발병에 방아쇠를 당긴 촉발요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학회는 "현재 한약에 들어있는 성분이 어떤 효과를 갖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인체에 미치는 효능과 부작용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도록 다른 의약품들과 마찬가지로 임상시험을 충분히 거쳐야 한다"며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돼 인과관계를 뚜렷이 확인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한모발학회 전 회장인 심우영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언론을 통해 "아이의 탈모 원인이 한약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며 "3일 만에 탈모를 심하게 유발하는 약물은 없다. 소아탈모는 흔한 증상인데 우연히 시기가 맞아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대한모발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탈모 피해 두 번째 아동을 진료한 바 있다.


당시 심 교수의 발언은 즉각 논란을 일으켰다. 구체적 근거 없는 발언으로 의사로서 의료 윤리를 지키지 못했다는 맹비난과 함께 교수직은 물론 의사직을 발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같은 심 교수의 의견에 대해 학회는 "심 교수와 심도 있는 대화를 가진 결과, 심 교수는 인터뷰 내용에서 환아의 상태가 다른 탈모질환이 아니고 원형탈모증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고 원형탈모증의 원인은 유전적 소인이 가장 중요하며 약물은 원형탈모증의 단독요인은 될 수 없다는 의미였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인터뷰 과정에서 심 교수의 충분한 내용이 전달되지 않고 단정적으로 표현된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심 교수는 유전적 소인이 있는 사람에서 약물이 원형탈모증의 유발인자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드물지만 단기간에도 원형탈모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대한모발학회의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피해 아동의 부모들은 함소아 한의원을 상대로 법정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