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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결칼럼 – 홍어이야기

우리나라는 발효식품으로 잘 알려진 나라이다. 김치에서 부터 된장, 고추장, 막걸리, 홍어 등 발효된 음식을 주식으로 한 덕분에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장수국가로 자리 잡고 있다. 

발효식품 가운데 바다고기 홍어는 암모니아 냄새를 풍기며 코를 찌르는 냄새가 강한데도 건강식품 뿐 아니라, 술꾼들의 최고의 안주로 꼽힌다. 국내산 홍어는 이제는 아주 귀한 음식으로 분류되어 값도 상당히 비싼 편이다. 그래서 수요는 많고 공급이 달려, 고가의 음식으로 알려진 홍어를 좋아하는 일반 서민들은 칠레, 러시아를 비롯한 외국산 홍어를 먹으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에 딸린 섬 흑산도 주민들은 홍어를 날로 즐겨 먹었는데 냉장시설이 없던 옛날 흑산도에서 영산포 까지 300리 뱃길을 운반하는 과정에서 배안에 두었던 홍어가 자연히 삭혀지게 되고 먹어보니 탈도 없고 맛이 깊고 좋아 차츰 전파되어 나주지방의 별미로 손꼽히게 됐다.

홍어는 바다고기 중에서 유일하게 삭혀 먹는 고기이다. 영산포가 홍어의 본고장이 된 이유는 흑산도에서 살던 어민들이 왜구에게 계속 쫓겨 오다가 영산포에 정착하게 돼서 부터이다.

흑산도 홍어를 최고로 치는 이유는 홍어가 산란을 위해 북으로 올라오다가 흑산도 옆 영산도라는 작은 섬 주위에서 산란을 하는데 이때 포획된 알을 잔뜩 밴 풍부한 육질의 홍어를 최고로 치게 되면서 부터이다.

홍어의 몸길이는 약 150㎝ 정도로 마름모꼴로 폭이 넓으며 머리는 작고 주둥이는 짧으나 튀어나와 있다. 눈은 튀어나와 있으며 눈의 안쪽 가장자리를 따라 5개가량의 작은 가시가 나 있다. 등 쪽은 갈색을 띠며 군데군데 황색의 둥근 점이 불규칙하게 흩어져 있고 배 쪽은 희다. 수컷은 배지느러미 뒤쪽에 대롱모양의 생식기 2개가 몸 밖으로 튀어나와 있으며 가시가 나 있다. 

가오리와 홍어는 매우 흡사한 모양이다. 하지만 가오리는 주둥이 부분이 둥글거나 약간 모가 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에 비해 홍어는 주둥이가 뾰족하며 굵은 꼬리 윗부분에 2개의 지느러미와 가시가 2~4줄 늘어서 있다.

산란기는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이며, 11∼12월에 가장 성하다. 한번에 4∼5개의 알을 낳으며, 알은 단단한 껍질에 싸여 있다. 수명은 5∼6년 정도이다. 오징어, 새우, 게, 갯가재 등을 주로 먹는다. 

홍어는 고기떼가 다니는 길목을 그물로 막아, 고기들이 그물을 피해 다른 그물로 들어오도록 유도하여 살아 있는 채로 잡거나, 그물을 바다 밑바닥에 닿도록 하여 어선으로 끌어서 잡거나 낚시로 잡는다. 

홍어는 우리나라에서 특히 상업적 가치가 높은 어종이다. 톡 쏘는 맛이 나도록 삭혀서 막걸리를 곁들여 먹는 홍탁(洪濁)은 홍어의 '홍'자와 탁주의 '탁'자를 따서 붙인 이름이다. 삭힌 홍어의 톡 쏘는 맛과 탁주의 텁텁한 맛이 어울려 훌륭한 궁합이지만, 홍어를 제대로 먹을 줄 아는 술꾼들은 여기다가 삶은 돼지고기에 묵은 김치까지 곁들여 먹는데 이를 '삼합'이라 하여 최고의 안주로 친다. 홍어의 찬 성질과 막걸리의 뜨거운 성질이 잘 조화된 환상적인 궁합의 음식이다.

전라도 지방에서는 잔치 음식에 삭힌 홍어가 거의 빠지지 않는다. 이른 봄에 나는 보리 싹과 홍어 내장을 넣어 ‘홍어 애국’을 끓이기도 하며, 회, 구이, 찜, 포 등으로 먹기도 한다.

조선시대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의하면 ‘암놈이 낚시 바늘을 물고 엎드릴 적에 숫놈이 붙어서 교합하다가 낚시를 끌어올리면 같이 따라오는데, 암놈은 먹이 때문에 죽고 숫놈은 간음 때문에 죽는다’라고 기록 돼 있다.

홍어는 바다에서 생활할 때 삼투압을 조절하기 위해서 사람보다 백 배정도 높은 요소를 몸 안에 증가시키며 홍어가 숙성돼 톡 쏘는 냄새가 나는 이유는 요소가 분해돼 암모니아가 발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숙성된 홍어는 세균이 번식할 수 없다고 한다. 사람이 섭취 했을 때 암모니아가 알칼리성으로 변하여 가스가 살균작용을 해 장내가 청정해 지기 때문에 인체에 전혀 해가 없다고 한다.

홍어는 항아리에 볏짚을 깔고 홍어를 넣은 뒤 음지에서 자연 열로 20여일 정도 숙성시키는 방법과 홍어를 짚으로 싸서 두엄 속에 푹 파묻어 놓는 방법으로 열흘 정도면 먹을 수 있다고 한다.

홍어는 이렇게 우리 몸에 유익한 자연식품으로 가래를 제거하는 효과가 뛰어나서 예전에는 소리꾼들의 가래 해소를 위해 홍어를 먹었으며 홍어 껍질은 뱀에 물린 데 직접 쓸 정도로 해독작용이 뛰어나고 한다. 

홍어국은 소변색이 탁한 남성이나 소변을 볼 때 요도가 아프고 이물질이 나오는 사람이 먹으면 약효가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불포화 지방산이 많이 들어 있어서 두뇌를 맑게 하고 혈전생성을 억제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저하시키며, 소화촉진 및 장을 깨끗하게 하는 효능도 있다고 한다.

또한 나이드신 분들의 관절염에 특히 효능이 있다고 전해지고 있다. 관절에는 뼈와 뼈 사이에 윤활유 역할을 하는 고급 단백질인 황산콘드로이친이 들어 있는데, 홍어의 연골에 이 황산콘드로이친 성분이 다량 함유돼 있다고 한다.

'겨울철 별미'인 전남 신안군 흑산 홍어가 요즘 풍어를 이루고 있다. 20일 사이에 3천마리 가까이 잡는 대 풍어를 기록해 대중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비록 경기침체 등으로 소비가 부진해 홍어의 가격이 떨어져 어민 표정은 밝지 않지만 홍어 마니아들 에게는 지금이 명품 국산 홍어를 싼 가격에 사 먹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국민가수 이미자의 ‘흑산도 아가씨’란 노래로 잘 알려진, 산과 바다가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인다 해서 붙여진 흑산도를 둘러보고, 건강 자연식품 흑산도 홍어를 맛보기 위해 지금 가족들과 함께 신안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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