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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뿐인 합동 단속, 학생만 피해봐

지난 3월 식품의약품안전청, 교육청, 시ㆍ도 위생과가 합동으로 학교급식 단속을 벌였다. 식중독 발생 우려 기간을 앞두고 위탁급식업소들의 위생 상태를 점검해 사전에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단속이었다.

기자는 지난주에 단속 결과에 대해 취재를 하다가 한 가지 이상한 사실을 알게 됐다. 분명 이름은 합동 단속인데 속을 들여다보니 단순히 개별 단속을 함께 하는 것이었다.

합동 단속은 학교급식소를 관리하고 있는 식약청과 교육청, 시ㆍ도 공무원이 팀을 이뤄 집중적으로 점검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서울시 교육청에 합동 단속에 대해 문의를 하던 중 이해할 수 없는 말을 듣게 됐다.

“합동 단속이긴 한데 식약청과 저희는 점검표가 다릅니다. 식약청과 시ㆍ도 공무원은 식품위생법에 준한 점검표로, 교육청은 학교급식법에 준한 점검표로 각각 점검을 했습니다.”

“그래서 식약청에서 적발한 사항과 교육청이 적발한 사항이 달라 교육청도 자체적으로 결과가 집계되는 대로 적발 업소를 발표할 예정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합동 단속이라고 하면 한 학교에 간 팀이 동일한 점검표를 가지고 점검을 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다. 그래야 더욱 철저하고 꼼꼼하게 모든 사항에 대해서 점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과 같이 함께 점검을 나가서 ‘너는 네 기준으로 나는 내 기준으로’ 점검을 한다면 개별 단속을 따로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아니 오히려 개별 단속을 따로 나가는 것이 훨씬 간편하고 효율적이지 않을까.

이건 식약청 분야니까 교육청은 관심이 없고 저건 교육청 대상이니까 식약청이 나 몰라라하는 것이 지금의 행태이다.

물론 점검을 받는 학교나 업소 입장에서는 두가지 점검을 한방에 끝내 버릴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합동 단속은 아무리 두 주체가 있더라도 점검표는 하나로 통합해 함께 점검을 실시하는 것이다. 그래야 한 곳이 놓친 위험요소도 다른 쪽에서 보완해 줄 수 있다. 이것이 합동 단속을 하는 목적이 아닐까.

게다가 지난 2월 26일 식약청 주최로 열린 ‘식품안전정책 설명ㆍ토론회’에서 인천시가 식품위생법과 학교급식시행령이 상충돼 있어 식품의 안전성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고 건의한 적이 있다는 사실을 되짚어 보지 않더라도 학교급식과 관련한 이중 법제는 태생적으로 문제
를 안고 있다.

더욱이 이번 합동 단속과 같은 허울 좋은 행정이 계속 된다면 막상 피해를 보는 것은 급식을 먹는 학생들일 수밖에 없다.

이승현 기자/tomato@f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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