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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90년 아성 무너진다

롯데주류 소주시장 공격적 마케팅 성공

국민소주로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았던 소주업계의 전통적 강자 하이트진로 참이슬의 소주시장 점유율이 롯데주류의 공격적 마케팅이 성공하면서 30%대로 추락했다. 반면 롯데주류 처음처럼의 점유율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1924년 진로창사 이후 90년간, 1998년 참이슬 출시이후 15년간 지금과 같은 점유율 하락은 없었다.

 

이러한 소주시장의 점유율 변동은 하이트맥주가 진로를 2005년 인수한 뒤 2011년부터는 단계적으로 영업망도 통합되기 시작했지만,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지 않고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1월 하이트진로(대표 김인규)의 소주시장 점유율은 39.9%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10여년 동안 일어난 적이 없는 일이다. 하이트 진로측은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이 가격인상을 거론한 이후 시장에서 사재기 현상을 빚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지만 그 폭이 너무 크다.

 

 

게다가 최근 일부 참이슬 소주에 경유 성분이 유입되는 사건이 터지면서 점유율 하락은 계속될 전망이다. 2월부터는 40%대의 시장점유율을 회복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지만, 1위 업체인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갑자기 하락한 것은 의외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지난 29일 김인규 사장은 기자 간담회를 통해 “영업망 통합을 통해 지역별 경쟁력을 강화해서 올해 맥주 45% 점유율, 소주 49% 이상 점유율을 기록하겠다”고 말했지만, 첫 달부터 이 목표에 차질을 빚고 있다.

 

롯데주류(대표 이재혁)는 2006년 출시한 ‘처음처럼’이 올 2월까지 7년 동안 국내 누적판매량 28억병을 기록했다. 28억병은 하루 평균 약 110만병, 1초당 12병씩 팔린 기록으로, 7년 동안 판매된 ‘처음처럼’ 병을 눕혀 일렬로 늘어놓으면 지구(둘레 4만km)를 15바퀴 이상 돌릴 수 있는 수량.

 

‘처음처럼’은 출시 17일만에 1,000만병, 6개월도 안돼 1억병이 판매되며 돌풍을 일으켰고,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1년 만에 출시 이전(산소주 5% 수준)보다 전국시장 점유율이 두 배로 급성장했다. 2009년 롯데그룹으로 인수된 후에는 롯데의 유통력과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 11% 대에 머무르던 전국시장 점유율이 지난 해 말 15%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 해 경쟁사의 음해행위로 주춤했지만 올해 들어 성장세가 회복되면서 2월까지 ‘처음처럼’은 약 280만 상자(360㎖*30병)가 판매돼, 자체 추정에 따르면 1~2월의 누적 시장점유율이 18%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경쟁사가 악의적인 퍼뜨린 악성루머로 주춤했지만 검찰과 학계에 의해 근거 없는 허위사실임이 알려지면서 ‘처음처럼’의 성장세와 점유율이 제자리를 찾고 있다”며, “전열을 재정비해 올해 말 전국 시장 점유율 17% 돌파를 목표로 ‘처음처럼’ 만의 마케팅 활동을 공격적으로 전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렇듯 전쟁이라고 까지 표현되는 소주 시장의 경쟁은 최근 들어 유명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쓰면서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광고료에 대한 비판과 여자연예인을 그것도, 아니어린 아이돌 가수들을 모델로 기용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오면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싸이와 문채원을 기용하고 있는 하이트진로와 포미닛의 현아, 카라의 구하라, 씨스타의 효린을 캐스팅한 롯데주류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은 호의적이지 못하다.

 

두 회사는 지난해와 올해 소송 전을 벌이기도 했다. 먼저 싸움을 건 쪽은 하이이트진로. 하이트진로는 롯데가 하이트진로에 일본 자본이 유입됐다고 허위사실을 퍼뜨려 이미지에 타격을 입혔다며 허위사실 유포로 고소하더니 롯데는 하이트 진로가 롯데주류가 강조해온 알칼리수 소주에 대해 “알칼리는 식품이 아니다, 아무나 먹으면 안 된다”라는 루머를 퍼뜨려 이미지에 타격을 입혔다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두 회사의 진흙탕 싸움을 바라보는 소비자의 시각은 술맛을 떨어뜨리고 있다. 점유율 경쟁에서 어디가 우위에 있느냐는 물론 중요하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 경쟁하는 마케팅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