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삼강이 롯데햄을 흡수 합병하며 그룹내에서 롯데칠성음료와 롯데제과에 이어 3대 식품계열사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롯데그룹은 음료와 제과 부문 이외 먹거리 사업은 롯데삼강으로 통합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그룹 내 계열사들을 재정비하는 한편 식품사업 시너지 효과를 높일 수 있어서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삼강이 최근 지난해 매출 4550억원에 달하는 롯데햄을 내년 1월1일자로 흡수합병할 계획이어서 그룹 내 3대 식품계열사로서 지위를 탄탄히 하고 있다.
롯데삼강은 롯데햄 합병에 앞서 지난 7월에는 삼각김밥 등 편의점 식품을 전문으로 하는 롯데후레시델리카도 합병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파스퇴르유업을 유가공사업부문으로 끌어들였고, 2009년에는 롯데쇼핑 식품사업본부도 합병했다.
이중 롯데햄 인수는 가장 노른자위 흡수 합병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유지류와 빙과류가 주 종목인 롯데삼강이 육가공 및 식육 제품 전문인 롯데햄을 인수해 앞으로 새로운 신사업 개척에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롯데삼강은 이미 ‘쉐푸드’라는 브랜드로 짜장면, 떡볶이, 식용유 등 다양한 가공식품을 선보이고 있고, 신선농산물 브랜드 ‘채미소’는 물론 식자재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올 상반기 기준 육가공부문 시장점유율 21.4%(2위), 캔햄 시장 점유율 9.6%(3위)를 달리고 있는 롯데햄까지 인수하면 제품 라인업이 더 강화된다.
롯데삼강의 지난해 매출은 9470억원. 여기에 올해 합병한 롯데후레쉬델리카(730억원)와 롯데햄(4560억원)의 매출까지 합치면 총 1조 4670억원 규모가 된다.
대상과 동원F&B 등을 제치고 단번에 종합식품기업 중 3위권으로 뛰어오르게 된다. 지난해 종합식품기업 순위는 CJ제일제당이 식품분야 매출 3조 6478억원으로 1위이고, 이어 오뚜기, 대상, 동원F&B의 순이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합병으로 롯데삼강이 식자재 유통이나 HMR(가정 간편식), 급식 사업 등에서 성장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롯데햄이 B to C(기업 대 소비자간 거래) 매출 비중이 70%를 넘을 정도로 이 부문 노하우가 풍부한 것도 롯데삼강 입장에선 반갑다. 롯데삼강은 식품소재와 유지류, 빙과류 전문 업체로 B to B(기업 대 기업간 거래) 매출이 70%를 넘는다. 이에 따라 앞으로 롯데삼강의 B to B 제품들이 B to C로 판매망을 확장할 가능성이 높다.
키움증권 우원성 연구원은 “롯데햄 인수로 롯데삼강을 그룹 주력 식품기업으로 키우기 위한 계열사 인수합병은 마무리 단계”라며 “이번 합병은 롯데삼강이 경쟁사에 비해 뒤쳐진다는 평가를 받는 B to C 사업은 물론 식자재 유통이나 HMR 등에서도 경쟁력을 갖추는 계기”라고 밝혔다.
당장 눈에 띄는 실적개선도 예상된다. 롯데햄은 지난해 매출액 4558억원, 영업이익 118억원, 당기순이익 17억원을 올렸는데 올해와 내년에도 이 수준의 실적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합병기일인 내년 1월1일 이후 롯데삼강은 보수적으로 보더라도 매출액 40%, 영업이익 15%, 당기순이익 6%가 증가하는 효과를 얻는다.
전문가들은 “올해 경기침체로 롯데삼강 실적이 다소 위축될 수 있지만 롯데햄 합병같은 그룹 차원의 지원 수혜가 이를 상쇄할 것”이라며 “앞으로 롯데브랑제리 등을 추가로 합병할 수 있는 것도 지켜볼 대목”이라고 밝혔다.
롯데삼강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식품사업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제과, 음료·주류, 종합식품 등 세 가지 사업영역으로 회사를 정리했다”며 “앞으로 다양한 사업 영역을 성장시켜 종합식품기업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CJ제일제당과 오뚜기, 대상, 동원F&B 등과 함께 경쟁할 것”이라며 “4조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시켜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