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모든 것이 풍성한 한가위만 같아라

  • 등록 2012.09.29 13: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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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수 명지대 교수

올해도 고속도로는 서울을 빠져나가는 추석명절의 귀성행렬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귀성하는 사람들은 오랜만에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친인척들을 볼 생각으로 지루한 생각보다는 얼굴에 기쁨으로 가득 차 있다.


여우가 죽을 때에는 머리를 고향 쪽으로 향한다는 수구초심이란 말이 있듯이 인간들도 귀소본능의 DNA가 잠재되어 있는 때문인지 나서 자란 고향에 대한 향수가 명절이 오면 불현 듯 일어나 고향을 찾지 않고는 배겨내지 못하는 모양이다.


세대가 바뀌고 오랜 세월이 흐르면 이러한 귀성풍속도가 희미해지거나 없어질 것으로 생각되는데도 어릴 때 엄마 아빠 손을 잡고 고향을 다녀온 아이들이 자라서 또 다시 찾는 것을 보면 참 신기하기도 하다. 마치 치어였던 연어가 먼 대양으로 나갔다가 성어가 되어서 어릴 적에 자랐던 고향하천을 잊지 않고 회귀하는 것과 똑 같은 현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부모와 조상에 대한 효심과 고향산천, 친척,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을 소중하게 여기고 잊지 않고 찾는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풍속인가! 또한 세상이 아무리 변하고 살기 어려워도 따뜻하게 맞아주고 품어주는 고향이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지금 유럽 발 외신보도에 따르면 스페인정부가 내년도 예산을 긴축재정으로 돌아선다고 발표하자 성난 시민들의 대대적인 반대시위가 일어나는 등 유럽에 암운을 드리우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온 나라가 분열되어 각 캠프에서는 상대후보를 흠집 내는데 혈안이 되고 있다. 국내외적으로 모두 따분한 소식들만 들려오고 있을 뿐이다.


한가위 명절만큼은 이런 나라 안팎의 골치 아픈 얘기를 잠시 접어두고 그리고 그간 개인들도 일상생활에서 만들어진 스트레스와 모든 문제들을 내려놓고 그동안 그리던 고향의 품에 안겨서 한동안 마주하지 못하던 친지들과 어울려 맘껏 즐기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자. 여위어진 부모님의 팔다리도 주물러주기도 하고 아이들과 어울려 윷놀이를 하거나 뒷동산에 올라 밤

송이를 줍는 등 우리 아이들에게 고향의 추억을 담아주도록 하자.


그리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한가위에는 고향을 찾아온 귀성객들에게 지방의 고유한 문화와 추석명절의 풍성한 놀거리와 먹을거리를 소개하는 축제의 장을 만들도록 하자. 그래서 고향을 떠날 때에는 자기 고향의 자랑거리를 한보따리 싸가지고 돌아갈 수 있게 하고 타향에서도 늘 고향을 소중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도록 하자. 그래서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면 명절에 반드시 고향을 찾을 수 있도록 하자.


몇 주 전 벌초하러 고향을 찾았을 때의 일이다. 댐을 관리하고 있는 수자원공사에서 지방주민들과 관광차 온 여행객들을 위해서 공연을 개최하여 주민들로부터 좋은 호응을 얻고 있었다. 지방이 더 이상 문화의 혜택을 즐길 수 없는 옛날 시골이 아니었다.


앞으로 많은 국가 및 공공기관들이 지방으로 이전을 계획하고 있다. 단순히 서울에서 지방으로 위치를 이동한 것으로만 그치지 말고 그 지방의 전통과 문화를 이해하고 주민들과 어울려 지방을 대표할 수 있는 국가 및 공공기관으로 자리매김할 것을 기대해 본다. 명절이나 공휴일에 고향을 찾은 사람들에게도 그 지역에 몸을 담은 기관으로서 문화서비스를 할 줄 아는 모범적인 기관이 될 것을 희망한다.


올 추석은 밝은 둥근 달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기상예보에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는 말처럼 올 추석은 모든 국민들이 시름을 놓고 맘껏 즐겁게 쇠고 더욱 희망찬 내일을 위해 예비하는 명절이 될 것을 염원한다.


한편 차례음식을 비롯한 많은 음식에 과식하지 말고 식중독을 항상 조심하면서 안전하고 즐거운 추석명절의 추억을 가지고 귀경할 것을 간절히 바란다.

 

푸드투데이 박찬균 기자 allopen@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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