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대림시장, 44년만에 역사속으로

  • 등록 2012.08.17 13:5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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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공세에 밀려, 이달 말 '완전폐업'


1960년대 후반 논두렁에 천막을 치고 평상위에 물건을 놓기 팔기 시작한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대림시장이 4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대림시장 부지 5115㎡(약 1550평)는 지난 4월 경매를 통해 한림대 강남성심병원으로 넘어갔다. 병원 측은 이 땅에 병원 시설과 주차장 등을 지을 계획이며, 이달 말까지 비워달라고 상인들에게 통보한 상태다.
 
대림시장에는 50여개 점포 절반 이상이 문을 닫아 스산한 풍경이었다. 상인들은 이미 지난 5월부터 하나 둘 시장을 떠났고, 갈 곳을 정하지 못한 이들만 남았다.
 
대림시장은 건어물과 야채, 각종 식기를 주로 취급하던 전통시장이었다. 1970∼1980년대 전성기를 맞은 대림시장은 상인들이 하나둘 모여들며, 점포 수만 200개가 넘을 정도로 성장했다. 당시 인근 지역뿐 아니라 가리봉동, 인천 등 에서 장을 보러 올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을 이길 수 없었다. 천막 아래 좌판에서 물건을 사고팔던 대림시장 주변에는 논밭 대신 왕복 8차선 도로와 고층 빌딩들이 들어섰다. 대림시장에서 1㎞쯤 떨어진 곳에 대형 할인점이 생겼고, 주위에 기업형 수퍼마켓(SSM)도 차례로 문을 열었다.
 
점포 매출은 나날이 줄었고, 문을 닫는 가게가 늘었다. 시장 내 유일한 수퍼마켓인 정동마트 매출은 2년 전과 비교하면 반 토막 났다. 정동마트 황모씨는 "2년 전 700m 떨어진 곳에 큰 마트가 생기면서 매달 3500만원이던 매출이 지금은 1700만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악전고투하며 장사를 이어오던 영세 상인들은 이번 결정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35년간 김밥집을 해온 이모씨는 "이 근처에 분식집이라도 차리고 싶은데 요즘 여기처럼 월세 20만~30만원으로 구할 수 있는 가게가 있겠느냐"고 했다.
 
한 상인은 “평생을 이곳에서 일하며 아들딸을 키워 왔는데 서운함이야 말할 수 없다”며 “그래도 세상이 변해서 시장을 찾는 사람이 없는데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회상했다.
 
대부분 손주까지 둔 60∼70대 상인들이라 "아예 이 참에 장사 고만 할란다"는 얘기도 많이 나온다.
 
점포를 비워 줘야 하는 상인들 중에는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중 한 명인 김두관 전 경남지사의 누나 김길자(68)씨도 있다. 김씨는 대림시장에서 40년간 생선을 팔았다.
 
김건태 대림시장 상인연합회 부회장은 "선거 때만 되면 국회의원 후보들이 얼굴 비추면서 재래시장 살린다 해놓고선 이제 와 나 몰라라 한다.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지만…"이라며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3년 1695곳이던 전통시장은 2010년 1517곳으로 7년 만에 178곳이 없어졌다. 






푸드투데이 노지형 기자 jentle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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