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족 제도를 이뤘던 과거에는 김장은 가족 노동력만으로 충분했고 며칠에 걸쳐서 진행된 공동체 행사였다. 하지만 요즘은 입동 무렵 가족들이 모여 김장을 담그는 풍경을 보기 힘들어졌다.
서울대 문화인류학과 강정원 교수는 "김장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김장 자체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의 의견은 26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리는 '김치학 심포지엄'에서 음식문화 구조와 김장이라는 주제로 발표될 예정이다.
강 교수는 이어 "앞으로 김장을 통해 담는 배추 포기의 수나 김장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가 감소할 것은 명확하다"며 "특히 이웃이 함께 김장을 담는 일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김장을 통해 유지되는 공동체적 친밀감, 김장 김치 그 자체가 가진 차별화된 맛, 김장에 얽힌 추억 등이 여전히 상당수의 국민들을 김장에 묶어둘 것이라고 강 교수는 예측했다.
또 강 교수는 “사라져 가던 국내 도시 지역 공동체가 조금이라도 되살아나면, 이들을 묶어줄 중요한 공동체에 김장 공동체도 속하게 될 것”이라며 “김장 공동체의 미래가 아주 어둡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또 김치가 한국인의 식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것은 역사서에 기록된 것보다 훨씬 오래 전일 것으로 추정했다.
김치 등 채소 절임 음식에 관한 현존 최고의 기록은 중국의 시경(기원전 10∼7세기 경)이다.'밭 안에 오이가 있으니 이것을 벗겨 저채를 만들어 조상(祖)께 바친다(獻)'는 구절이다. 이후 김치의 기원이 중국의 저(菹)란 주장이 국내에서도 일부 제기됐다.
이에 대해 세계김치연구소 박채린 연구개발본부장은 “(기록이 남아 있으니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단순 논리라면 전 세계 채소 절임 음식의 원조는 모두 중국이 된다”며 “문헌 기록이 존재한다는 것 외에 딱히 설득력 있는 추가 근거를 제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중국 기원설을 받아들이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 본부장은 김치와 중국의 절임음식은 분명히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박 본부장은 "중국(초산저장)에선 채소를 절이는 주된 이유가 ‘저장’이어서 각종 미생물의 활동을 억제하기 위해 채소를 말리거나 익힌 뒤 살균력이 강한 초산을 사용하고, 부패를 막기 위해 공기가 통하지 않는 자기 항아리나 유리병에 밀봉해 보관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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